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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상담은 장기상담과 달리 20회기 이내에 종결되는 상담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단기상담의 발생 배경 및 역사, 단기상담의 특징, 단기상담의 기본 원리와 기본 가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1. 단기상담의 발생 배경 및 역사
단기상담은 여러 가지 용어로 불리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역사적 배경하에서 발달되어 왔다. 그중 하나의 전통은 가족치료다. 고전적인 가족치료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학파들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70, 1980년대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사회구성주의적이고 해석학적인 전통이 가족치료에 유입되고, 전략적이고 체계론적인 시각으로 가족의 문제를 이해하면서 가족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상담기법이 시도되었으며, 적용 결과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의 공통분모는 크게 세 가지 신념으로 묶일 수 있다. 첫째, 치료는 단기에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대부분의 사람은 병리적이지 않다. 셋째, 변화는 갑작스럽고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전환의 선두주자로 볼 수 있는 이는 Milton Erikson이다. 그는 내담자의 증상이나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개입을 통해 습관적인 행동과 사고 유형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일종의 최면치료 또는 역설치료라 불리는 이 방법은 변화에 저항하는 내담자의 행동방식을 활용하거나 무시함으로써 단기간에 내담자의 극적인 변화를 유도하게 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후 전략적 가족치료, 인공두뇌학의 원리를 활용한 MRI 단기치료 모델, 밀란 그룹의 체계 모델, 해결중심 단기상담치료 등의 새로운 이론 모델들이 형성되면서 단기상담이 급속하게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단기상담이 발생하고 널리 퍼지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여기에서는 그 배경을 내담자의 입장, 상담자의 입장, 환경적 측면, 경제적 측면, 단기에 적합한 상담이론의 발전이라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첫째,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상담실에 오면서 장기간 상담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초기에 상담에 대한 구조화 또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내담자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내담자들은 막연하기는 해도 몇 회의 상담을 통해서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상담실을 찾는다. 이러한 내담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상담은 실제로 단기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단기상담이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다.
둘째,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내담자들이 상담에 와야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내담자들이 상담에 올 것이라는 상담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내담자들이 상담에 오는 횟수는 6~8회 이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기를 기대하고 상담의 목표를 세우고 진행하기보다는 아예 내담자가 몇 회 오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에 적합한 상담목표를 수립하여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의 상담 효과를 거두는 편이 내담자를 위해서나 상담자의 효능감을 위해서나 좋다.
셋째, 환경/상황적 측면에서 단기상담은 상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특성에 대한 상담계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상담의 경우에는 학기제라는 시간제한을 고려해야 한다. 한 학기 이후에 또다시 상담을 진행하더라도 일단 학기 중에 상담이 끝나야 한다. 관리의료체제의 확대로 인해 의료 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상담의 회기 수가 10회 정도로 한정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만 한다.
넷째,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단기상담이라고 해도 장기상담에 비해 상담의 효과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기를 염두에 둠으로써 상담의 효과가 촉진되는 측면이 있으며, 상담자의 능동성과 내담자의 동기가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도 나타난다. 단기에 상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갖게 된다.
다섯째, 단기상담에 활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담이론들이 대두되면서 단기상담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전통적인 상담이론에서 갈라져 나온 최근의 상담이론이나 가족치료의 여러 이론은 내담자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꿈으로써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되거나 감소될 수 있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즉, 문제를 지속시킨 틀을 건드림으로써 문제 전체가 해결될 수 있으며, 이는 상담 회기의 축소로 이어진다.
2. 단기상담의 특징
단기상담은 장기상담과 차별화되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단기상담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특성은 상담의 시작과 끝을 가능한 한 분명하게 설정하고 상담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간의 제한성과 더불어 단기상담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간단하게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상담의 첫 회부터 내담자와 합의하여 다룰 수 있는 문제 영역과 상담시간을 정하고 상담을 시작한다. 이 합의 과정을 통해서 내담자와 상담자는 상담의 종결을 염두에 두면서 상담을 진행하게 되며, 제한된 시간 안에 초대한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또한 내담자로 하여금 그 시간 안에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고취시키는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시간제한은 상담목표의 구체화와 연결된다. 무한정 상담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상담시간 안에 다룰 수 있도록 목표는 가능한 한 구체적인 형태로 진술되어야 하며,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선호한다. 단기에 다룰 수 있는 상담문제와 장기적으로 다루어야 할 상담문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만성적인 성격문제나 대인관계 문제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단기상담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비교적 건강하게 대인관계를 형성해 온 경우, 증상이 경미한 경우, 상담 동기가 높은 경우 등, 상담자는 자신이 단기에 다룰 수 있는 내담자 및 문제 영역을 명료화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문제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상담에서는 내담자의 과거사 및 과거 사건을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배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담자가 지금 현재 느끼고 있는 여러 가지 감정과 현재 하고 있는 행동들을 통해 이후의 행동 방향을 설정하는 데 상담의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단기상담에서는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내담자를 지지하며, 내담자와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과제를 수행해 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상당히 강조한다. 문제를 제한된 시간 내에 다루기 위해서는 상담자의 역량이 많이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담자의 권위를 적극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모든 상담에 있어서 상담 성과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내담자와의 협력관계다. 특히나 단기상담은 내담자의 적극적인 협조 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단기상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상호 간에 동맹자로서의 유대감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단기상담은 문제의 원인이나 문제가 진행된 역사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문제중심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다. 문제는 해결중심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실제 행동화를 통해서 다루어질 수 있으며, 이로써 해결의 단초들이 마련된다는 것이 단기상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3. 단기상담의 기본 원리와 기본 가정
단기상담이 한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러 단기상담 유형들이 공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기본 원리와 가정이 무엇인지를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단기상담 이론이라 할 수 있는 해결중심 상담이 토대로 하는 기본적인 원리와 가정을 정리함으로써 단기상담이 어떤 철학적 토대 위에서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는지를 유추해 보고자 한다. 해결중심 상담은 세 가지 기본 원리를 토대로 기본 가정들을 전개하고 있다. De Shazer가 제시한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것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그것을 고치지 마라. 둘째, 일단 효과가 나타나면 그것을 좀 더 지속하라. 셋째, 효과가 없다면 다시는 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라. 이 세 가지 원리를 간단히 말하면 GO, STOP, CHANGE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내담자가 실행하고 있는 여러 활동 중에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진행하여야 한다. 내담자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동안 잘해 왔던 방식이 무엇이었고, 효과가 없었던 방식은 무엇이었는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에서는 내담자와 의사소통을 통해서 무엇이 잘 먹히고 있는지와 그렇지 않은지를 관찰하여야 한다. 잘 되고 있는 방법이라면 굳이 변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찰을 통해서 내담자가 잘하고 있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은 그대로 지속하여야 한다. 내담자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방법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내담자가 갖고 있는 여러 행동 레퍼토리 중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이 있다면 지속하지 말고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거나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일종의 순환적인 고리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잘 되는 것이 있으면 지속하고, 안 되면 중단하고 변화를 도모한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이 잘 되면 지속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안 되면 중단하고 바꾸어서 잘 되는 것을 찾으면 된다. 단기상담에서는 내담자가 가진 장점을 중심으로 상담 전략을 구상할 것을 제안하며, 아주 작은 변화라도 그것은 이후 변화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문제를 바라보는 틀을 바꿈으로써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 실제적으로 문제를 사각, 즉 죽이는 각도에서 보게 되면 해결책이 있음에도 보이지 않게 된다. 오리혀 문제를 생각, 즉 살리는 각도에서 보게 되면 이미 해결책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의 주인이 자기 자신임을 내담자가 깨닫게 되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